가을과 겨울 그 사이 어디쯤 따스한 햇살과 조금은 차가운 바람을 뚫고 기념일을 맞이했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핫플 중 핫플인 성수로 장소를 정했고, 그중에서 숨은 맛집인 이곳을 기념일 첫 식사로 가보았다.
리타르단도
▼영업시간▼
매일 : 11:30 ~ 22:00 (B.T : 14:30 - 17:30 L.O 14:00, 21:00)
▼위치▼
평일에 휴가를 쓰고 방문했지만, 역시 성수에는 사람이 많았다. 리타르단도는 성수역 3번출구로 나온 뒤 큰길을 따라 약 10분 정도 걸으면 나오고, 숨겨진 맛집 다운 외관을 띤다.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 지하 1층에 위치한 리타르단도. 입구부터 심상치 않았다.
외관
분위기의 시작을 알리듯 지하 1층으로 가는 입구에는 검은색 꽃장식이 다소곳하게 매달려있다.
메뉴판
입구에 여기가 음식점인지 찾을 수 있는 힌트가 거의 없는데, 유일하게 메뉴판이 붙어있다. 메뉴는 네이버 메뉴판을 참조하시는 게 더 보기 쉬우실 것 같다. 주문을 할 때 QR코드로 메뉴를 확인한다.
내부
입구를 들어갈 때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마치 시크릿 한 공간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주는 연출을 해주었다.
그렇게 들어간 내부는 외부와는 다른 차원의 공간이었다. 분위기는 어둑하며, 조명은 수려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조명에 천하나 얹었을 뿐인데, 이토록 무드가 있어질 줄이야. 스마트한 인테리어라고 생각했다.
우리 일행은 기념일이라 왔지만, 소개팅이나 데이트하기에도 너무나 완벽한 분위기와 조건 같아 보였다. 좌석은 2인석 위주로 되어있으며, 생각보다 옆자리와의 폭이 넓지는 않은 부분은 조금은 아쉬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좌석이 아주 많은 편은 아니다.
음료 및 요리가 만들어지는 오픈된 공간임과 동시에 혼자와도 괜찮을 것 같은 바자리이다.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작은 초 하나의 불빛과 어둑어둑한 분위기가 인상 깊은 리타르단도의 식탁이었다.
메뉴판은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주문서에 있는 QR코드를 찍어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대표메뉴 2개(선데이로스트, 랜치라구번)과 평소에 좋아하는 옐로우스프(단호박스프)를 시켰다. 낮이라 주류를 마시기는 살짝 부담스러워서 제로콜라도 함께 주문했다.
옐로우스프 (단호박스프)
약간은 달짝지근하면서 고급스러운 맛을 느낄 수 있는 단호박스프였다. 함께 나온 치아버터 빵을 살짝 찍어먹으니, 든든하니 너무 맛있었다. 본식을 시작하기 전에 차분히 먹어주기에 너무 좋았다. 흔히 먹을 수 있는 단호박스프의 맛보다는 조금 더 단호박 이외의 맛과 향이 은은히 풍기는 풍부한 맛이었다. 따뜻한 스프가 정말 맛있었다. 추천!! 그렇게 감탄을 하고 먹고 있으니, 대표메뉴가 연이어 나왔다.
선데이로스트 & 랜치라구번
처음에 음식이 올려졌을 때, 랜치라구번은 고급스러움과 조금은 신기한 비쥬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선데이로스트는 뭔가 아는 맛일 것만같은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타르단도의 분위기와 세련됨을 가지고 있었다.
랜치 라구 번
이 메뉴만의 색깔이 절대적으로 잘 드러난 이름이 아닐 수 없었다. 라구를 머금은 브리오슈 위에 랜치소스! 조금은 생소한 요리였지만, 필자 입맛에는 조화롭게 잘 어울렸던 맛이었다.
랜치의 크리미 하면서 부드러움과 동시에 새콤(?)한 맛이 다채롭게 느껴졌고, 그 안에 브리오슈가 달달하면서 조금은 묵직한 식감으로 잘 덮어주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맛이라 좋았고, 먹은 메뉴가 몇 개 안 되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맛있었다.
선데이로스트
정성스레 만들어진 선데이로스트, 치마살도 미디엄레어의 굽기로 필자의 기호에 맞았고, 통감자를 좋아하기 때문에 참으로 맛있게 먹었다. 물론 필자의 입은 고급이 아니라서 휴게소 통감자를 더 좋아하지만 리타르단도의 겉은 살짝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감자 역시 아주 맛있었다.
빵도 함께 먹을 수 있어서 생각보다 배를 채울 수도 있었다. 익혀진 야채들도 적당히 섞어가며 먹을 수 있고, 조금은 짭조름했지만, 살짝만 묻혀가며 먹는 요크셔푸딩도 새로운 맛이었다.
옐로우스프를 시작으로 랜치라구번, 선데이로스트까지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았던 메뉴들이었다. 직원분들도 서비스가 좋으셨고, 전반적으로 아주 즐거운 식사시간이었다. 가게의 이름인 '리타르단도' 처럼 느린듯 은은하게 맛과 분위기에 점점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조금은 어둑한 조명아래 대화를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너무 좋았고, 혹시 주변 지인이 성수 쪽 괜찮은 외식장소를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꼭 거론이 될 것 같은 음식점이었다. 가격도 정말 착하다. 만족감이 아주 높은 식당이었다. ★
소개팅 장소나 데이트 그리고 기념일을 위한 장소로서도 딱 알맞은 것 같다. 파스타를 못 먹어 봐서 몹시 아쉬웠지만, 다음번엔 꼭 먹으러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성수 리타르단도 내돈내산 솔직하게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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