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날을 맞이하여 안국역 근처 저녁을 예약하였다. 종종 안국에 있는 음식점을 가보았던 필자는 정겹고, 한국적인 이미지를 느꼈었는데, 이날 가본 음식점은 세련된 듯하면서 절제된 느낌을 주는 고급스러움이 있는 음식점이었다.
라신반종로
▼영업시간▼
화-목 : 18:00 ~ 23:00
금 : 17:30 ~ 23:00
토 : 17:00 ~ 23:00
(※정기휴무 매주 일,월)
▼위치▼
외부
이곳을 예약했다는 사실만 안 채로, 사진을 미리 보지 못하고 방문하였다. 화이트 톤의 외벽의 깔끔함과 통유리로 인테리어 되어있는 이곳은 아담하지만 내부는 따뜻할 것만 같은 분위기를 주었다.
조금 일찍 도착한 우리는 5분 정도 기다렸고, 사진으로 나마 우리가 먹을 메뉴를 먼저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처음엔 파스타가 있길래 양식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퓨전일식이었다.
내부
가게 내부는 깔끔하고, 무던했다. 와인 주문이 필수인 가게답게 와인 디피와 키핑이 잘 되고 있는 것 같았고, 가끔 와인을 즐기시는 분들을 위한 바자리도 준비되어 있었다. 아 여기 와인바였지!
2층에는 4인석도 있었고, 그리 크지 않은 아담한 공간임에도 아주 알차게 배치되어 있는 가게라고 느껴졌다. 그럼에도 엄청 비좁거나 큰 불편함을 느끼지는 못했다.
우리는 가게에 가장 먼저 도착했고 (어쩌다 보니 오픈런을 하게 됨..^^) 그로 인해 자리를 가장 먼저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서로에게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안쪽 구석자리에 앉았고, 좋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서서히 자리가 차기 시작하더니, 곧 만석이 되었다.
메뉴판
조금은 생소한 메뉴들이었지만, 우리는 사시미누들과 No노리 No라이스를 시켰다. 그리고 이 가게만의 특별한 룰이 있는데 일단 주류주문이 필수이다. (와인만!)
우리 일행은 '와인'의 '와'자도 모르는 초보인데,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먼저, 컨벤셔널 와인과 내추럴 와인의 의미를 설명해 주셨는데, 쉽게 요약해 보자면 컨벤셔널와인은 말 그대로 대량생산한 와인, 내추럴 와인은 화학성분이 조금은 덜 들어간 내추럴한 와인이라고 이해하였다. 그래서 내추럴로 2잔도 함께 시켰다.
와인과 웰컴디쉬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고 있을 즈음에, 내츄럴 와인과 웰컴디쉬가 나왔다. 이날 열린 내추럴 와인의 종류는 화이트와인이었고 와인을 잘 모르지만 배운 단어들로 표현해 보자면, 시트러스 한 맛과 짧은 여운이 기억에 남는 와인이었다. 오랜만에 와인을 먹었는데, 특유의 그 맛.. 반가웠다.
웰컴 디쉬였던 샐러드 매쉬드포테이토는 기분 탓이었는지 조금은 짭조름한 맛이 강했지만, 단호박이나 감자 샐러드를 좋아하는 필자에겐 완전 취향 저격이었다.
사시미누들
일단 비주얼부터 즐거움을 주는 사시미누들이었다. 안성재 셰프님은 필요하지 않은 꽃장식은 하지 말라고 하였는데, 솔직히 이게 필요한지는 모르겠으나 필자의 입장에선 보기엔 좋았다. 정갈하게 둘둘 말려진 모밀(?)면 위에 있는 10점 남짓의 사시미도 고급스럽고 이뻤다.
소스에 살짝 면을 적신 후 그 위에 사시미를 올리고 조금의 와사비를 얹어 먹으니, 알고 먹어도 맛있는 생각 그 이상의 조화로움이 느껴졌다. 양은 많은 편은 아니었으나, 하나하나 먹는 그 준비과정에서의 즐거움은 양보다는 질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사장님은 면과 사시미를 섞지 말고 아래에서 면을 빼낸 뒤 소스에 적시고, 사시미를 얹어 먹으라고 하셨다. 섞어먹어보진 않았지만, 이 방법대로 먹으니 생선의 신선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서 더 좋았다.
No노리 No라이스
가끔 길을 지나가다가 일식집이나 이자카야에서 볼 수 있는 후토마끼의 느낌이라고 생각했으나, 나의 오산이었다. 후토마끼는 입안 가득 다채로움이 돌아다닌다면, No모리 No라이스의 맛은 상대적으로 정직했고, 직관적이었다.
있는 것은 연어, 참치, 흰살생선, 아보카도 그리고 부추와 고추냉이 정도가 전부였지만, 묘하게도 묵직하고 맛있었다. 식감에서도 쫀득함과 부드러움 느끼함과 담백함 복잡스럽지만 맛이 조화스러웠고, 부추와 와사비가 조금 뻣뻣할 수 있는 조합에 윤활유를 넣어준 맛이었다.
사장님께서, 사시미누들을 시켰을 경우, No모리를 많이 추천하신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는 사시미 누들에 있는 소스를 찍어먹으면 더 맛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시미누들이 있었기 때문에, 소스를 찍어 먹어 보았고, 역시나 맛있었다.
전반적인 식당의 분위기, 각 음식별로 담긴 특별한 맛과 색이 인상 깊었다. 필자처럼 기념일에 방문하기에도 좋으며, 소개팅 맛집으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와인이 필수 이기 때문에 가격대는 조금은 부담스러울 수 있겠으나, 음식이 맛있기에, 분위기가 좋기에, 다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안국에 이런 맛집을 찾았다는 것에 감사했다. 다음에 기회가되면 또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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